2월 첫날 아침
바람은 왜이렇게 매서운지 장갑 낀 손으로
귀를 감싼다.
마을버스에 올라탔지만 히터를 내내 켜놨을
버스 안에도 냉기가 가득하다.
전철역 안으로 들어서자 이젠 맘놓고 뛴다.
전철이 오는걸 알리는 화면을 보니
숨차게 달리진 않아도 되겠다.
안전유리문 앞에 서서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뉴스를 들으며 옷을 몇 겹을 껴 입어 동그랗게 부푼
내 모습이 우습기만 하다.
전철을 타자마자 앉아있는 사람들을 둘러보고
곧 일어날 사람을 점 찍어 그 앞에 서본다.
보고있던 신문을 주섬주섬 접어 챙기는 아저씨,
그 옆에 짐이 많아 무릎 위에 올린 짐을 추스리는 아저씨,
그 옆에 눈 감고 있는 아가씨.
신문을 접어 넣은 아저씨에게 눈길을 떼지 않는다.
어랏! 이번 정거장에서 안 내리네.
그때 갑자기 눈감고 있던 아가씨가
벌떡 일어나 휭 내려버린다.
하하하~ 자리 앉았다.
옆에 아저씨 다음정거장에서 내린다.
출근시간 전철 안 풍경은 딱 세가지이다.
스마트폰을 보며 무언가를 하는 사람.
신문을 보는 사람.
자는 사람.
난 어떤 사람인가?
가방에서 책을 꺼내 읽는다.
그러나 몇 장 넘기지도 못하고 스르륵 눈이 감긴다.
고개가 숙여진다.
턱이 가슴을 파고든다.
이것은 마치
황제펭귄이 새끼펭귄에게 먹이를 물어다주는
모습과 흡사하지 않은가?
새끼펭귄이 있다면 아침에 먹은 더덕구이 게워내서
먹여줄 수 있을거 같다.
아... 전철이 한강다리를 건넌다.
부스스 눈을 뜨고 목이 꺾어져라 뒤돌아 창밖을 본다.
아침해를 보는 유일한 시간을 놓칠 순 없다.
어제 눈이 오고 추운 날씨 탓에
아침 풍경은 뭔가 달랐다.
한강 가장자리에선 물안개가 살짝 올라오고
한강 표면에 낀 살얼음은 아침햇살을
뿌옇게 반사시켰다.
그 사이로 몇마리 안되는 철새들이
날갯짓을 하며 하늘로 올랐다.
한강옆에 붙어있는 당인리발전소에 두개의 굴뚝에선
흰 뭉게 연기가 퐁퐁 솟는다.
전철이 달리며 일으키는 바람때문에
철로에 쌓인 눈들이 흩날린다.
한강을 건너는 구간은 생각보다 넘 짧다.
오늘은 개찰구를 빠져나가는데도 사람들로 붐빈다.
계단도 새카만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 사람들은 왜 늦게 나왔을까?
난 더덕구이 먹느라 늦었는데.
더덕구이 생각할 때가 아니다.
바깥은 너무나도 춥다.
눈이 채 치워지지 않은 인도 한편에
누군가 출근길에 놓쳐 바닥에 커피를 쏟았나보다.
아, 아깝다.
오늘은 모닝커피 보다는 핫초코가 생각난다.
오늘은 왠지 시간이 느리게 흘러 갈것만 같다.